난 자동화 기술에 관심이 많다. 내가 중학교 1학년인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나 (한 2006년?) 그 때 있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사촌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내 방에서 놀고 있었다. 어쩌다가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당시에는 라디오 등에 꽂아서 듣는 카세트 테이프가 적어도 지금보단 훨씬 많았다. 우린 카세트 테이프 속에 있는 검은색 테이프를 마구 풀어 헤치면서 놀고 있었다. 한참 그렇게 놀다 보니 카세트 테이프를 다 풀었다! 그러니 생각보다 엄청나게 길었고, 내 작은 방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엄마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 이게 뭔 일이냐며 혼을 낼 것이기 때문에 우린 정신을 차리고 그걸 치우기로 했다. 그런데 풀어 헤치기는 되게 쉬웠는데, 다시 감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감는 것을 떠나서, 그 테이프는 잘 접히지도 않아서 그냥 손으로 모아서 치우기도 힘들었다.
그 때 생각난 것이 당시에 가지고 놀 던 모터였다. 작은 5V 짜리 모터를 갖고 있었는데, 건전지를 직접 전극에 대면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출처는 아마 어린이용 전자 키트 세트였던 것 같다.) 풀어 헤친 검정 테이프의 한 끝을 모터에 테이프로 붙인 다음, 모터 전극에 건전지를 대었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 많던 테이프가 한 7초? 10초?만에 전부 정리가 된 것이다! 검은 테이프가 급속도로 감겨서, 예쁘게 감긴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잘 감겨서 되게 작게 축소되어서 청소가 된 것이다. 우리는 순식간에 일어난 어이없고 놀라운 일에 와~~ 하다가 크게 웃어 버렸다. 그 때 감정은 되게 뿌듯했고 놀라웠다. 방 문을 열고 나가서 엄마랑 이모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지만 별로 반응이 없었다. 아무튼 그때 즈음부터 자동화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 같다. 어떤 일을 사람이 하지 않고 기계가 해서 10배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하고 뿌듯한가?
물론 그 때를 기점으로 해서 내가 쭉 자동화 기법에 대해 공부와 연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 난 지극히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밟아 현재 석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일 뿐이다. 요즘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내가 정말 관심있어 하는 분야가 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좀 하고 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자동화 기술인 것 같다. 무엇보다 과학자, 연구자로 삶을 산다면 연구를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 연구를 단지 1주일, 1달, 1년 할 것이라면 즐기지 않아도 된다. 그깟 시간동안이야 목표를 위해서 꾹 참고 열심히 집중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평생 과학자나 연구자로 살려면 그 일을 즐기지 않으면 안 된다. Long run 하기 위해서는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진짜 잘 할 수 있으면서 유용하고, 뿌듯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일 지 고민해보니.. 어떤 일을 보통 사람보다 10배 빨리 처리 할 수 있는 자동화 기법을 떠올렸다.
취중 블로깅을 하다 보니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는 일단 내가 생각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3가지 자동화 기술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그 것이 다이다. 그 세 가지는 (1) 엔진 (2) 컴퓨터 (3) 인공지능이다.
첫째는 엔진에 의한 자동화이다. 뉴커먼이 만들었건 제임스 와트가 만들었건 상관없이,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엔진이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초기 엔진을 이용해서 지하에 고인 물을 퍼내거나, 방적기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품질의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고, 등등 하면서 엔진의 발명은 1차 산업 혁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증기기관 이후에 다양한 종류의 엔진이 개발되었다. 전기 모터, 내연 기관, 스털링 엔진, 제트 엔진 등 응용 분야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발전하여, 인간이 수작업으로 하던 많은 일들을 자동화 하였다. 그..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옷핀을 만들 때,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분업을 하기만 해도 그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가는데, 이것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다면?? 난 엔진이야말로 근대 공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이다. 원래 컴퓨터의 전신으로 영국인 찰스 배비지가 만들다가 만 기계식 계산기를 뽑는 사람들이 있다.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아마 그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영국인일 것이다. 진짜 컴퓨터가 유용하게 쓰이게 된 것은 단연 트랜지스터 개발 이후 만들어진 소형 전자식 컴퓨터라고 난 생각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제2차 세계 대전 때부터 개발된 에드박이 싫어하겠지만 상관 없다. 전자식 컴퓨터가 개발되면서 초기에는 다양한 계산적 업무들이 자동화 되었다. 오늘날 컴퓨터를 거의 게임기로 생각하는 2년 전 나와 같은 사람들은 믿기 힘들겠지만 컴퓨터는 복잡한 공학 계산을 자동화 하기 위해서, 실용적으로는 복잡한 암호를 풀기 위한 알고리즘을 위한 계산을 빨리 하기 위해 개발이 되었다. 이런 컴퓨터가 점점 회사 및 대중들에게 보급되면서 기존의 계산 자체 보단 그것을 이용한 응용을 자동화 하는 데에 더 유용하게 쓰이게 되었다. 예를 들어, 학급의 스케줄을 짜거나, 군인들의 정보를 저장하고 월급을 챙겨 주는 시스템 등은 기존에 비해 훨씬 선진화 되기 시작하였다. 컴퓨터가 주요 통신 수단이 되면서 각종 문서 처리와 이미지 처리, 거래 알고리즘, 기계 제어에 이르기 까지 많은 것들을 자동화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은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이다. 비록 엔진과 컴퓨터가 많은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자동화 했으나, 아직까지 기계가 하기 힘든 인간의 고유 영역들이 존재한다. 바로 지능적인 업무들이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고양이와 개 사진을 보고 구분하는 것은 기계가 하기 힘들었다. 인간과 자연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기계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인간의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는 기술, 인관처럼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기계도 나오지 않았다. 요즘 들어 딥러닝이 핫하다. 2012년에 ILSVRC 대회에서 AlexNet이 큰 차이로 1등을 하면서 딥 러닝 기법을 컴퓨터 비전, 음성, 자연어 처리 등에 적용하려는 경쟁적인 붐이 일어났다. 실제로 이들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이 일어났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과장 광고라고 하지만, 딥 러닝을 공부해보니 확실히 상당히 응용 가능성이 많은 기술이다. 특히, 이전까지 자동화할 수 없었던 지능적인 산업 영역을 자동화 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산업 혁신 및 혁명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 해본다.
난 개인적으로 앞으로 딥 러닝이 잘 될 거 같은 곳을 뽑으라면 의료 분야와 금융 분야를 말하고 싶다. 의료 분야에서 pathology 및 영상 의학 분야에서는 아주 전문적으로 훈련 된 의사들이 경험을 사용하여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한다. 그러나 이것은 십 수년의 훈련을 거친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며, 시간이 많이 들거나 빨리 처리하기 위해 정확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Pathologist의 소견은 큰 질병을 진단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다음은 금융 분야이다. 주식 시장 및 다양한 금융 시장은 화폐 유동성을 증가 시켜주며 투자를 활발하게 해 주어 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건 기본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거래가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다는 금융 시장을 공략하여, 회사 가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과 상관 없이 투자자 입장에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전문적으로 투자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사람들을 퀀트(Quantitative Analyst)라고 한다. 이는 전혀 불법이 아니며, 이미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엘리트한 퀀트 그룹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한국도 이러한 분야를 연구하여 국제 금융 및 거래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딥 러닝 기법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다. 맥주를 다 마셨으니 자야겠다.